꿀달이가 변비가 시작된 건 이유식 후기, 그러니까 13개월쯤이었다. 처음엔 하루 한 번 보던 변이 이틀에 한 번이 되더니, 사흘에 한 번, 나중엔 나흘에 한 번.
변을 볼 때마다 얼굴이 빨개지고 울었다. 화장실 가기 싫다고 도망 다녔다. 변기에 앉히면 발버둥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. 딱딱한 변이 나올 때 아파서 울고, 그게 무서워서 다음번엔 더 참고, 참으니까 더 딱딱해지는 악순환.
이 악순환이 거의 6개월 넘게 이어졌다.
집에서 시도한 것들
처음엔 당연히 음식으로 해결하려 했다.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오는 그것들. 고구마, 푸룬(자두), 물 많이 먹이기, 유산균, 요거트, 과일.
고구마를 매일 줬다. 간식으로, 밥에 섞어서, 고구마 경단 만들어서. 꿀달이가 고구마 보면 고개를 돌릴 정도로 줬다. 효과는 미미했다.
푸룬도 사먹였다. 퓨레로 된 거, 말린 거, 주스로 된 거. 처음엔 좀 나아지나 싶더니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.
유산균도 매일 먹였다. 분말형으로 밥에 섞어서. 세 달 먹였는데 체감상 변화가 없었다.
물을 많이 먹이라는데, 아이가 물을 안 먹는다. 빨대컵으로, 종이컵으로, 이쁜 컵으로 바꿔도 하루에 200ml도 안 마시더라.
마사지도 했다. 배꼽 주변 시계방향으로 문지르기. 유튜브에서 본 대로 따라 했다. 아이가 간지러워서 웃긴 했는데, 변비 해결엔 별 효과 없었다.
소아과 방문을 결심한 날
어느 날 꿀달이가 5일째 변을 안 봤다.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. 저녁에 밥도 잘 안 먹고 배 아프다고 울었다. 그날 밤에 겨우 변을 봤는데, 피가 묻어 나왔다. 항문이 찢어진 거다.
그걸 보고 소아과에 가기로 했다. 솔직히 그 전까지 소아과 가서 변비 상담하는 게 좀 별것 아닌 것 같아서 망설였다. "변비 때문에 왔어요"라고 하면 별일 아니라고 할 것 같아서. 근데 피를 보니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.
소아과에서 들은 이야기
소아과 선생님이 배를 만져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.
"유아 변비는 생각보다 흔하고, 음식만으로 해결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. 약을 쓰는 게 나을 수 있어요."
약이라는 말에 바로 불안해졌다. "이렇게 어린 아이한테 약을 먹여도 괜찮은 거예요?"
선생님이 설명해주셨다. 처방해주신 약은 삼투압성 완하제인데, 장에서 흡수가 안 되고 물을 끌어들여서 변을 부드럽게 만드는 약이라고. 습관성이 없고, 장기 복용해도 안전하다고. 미국소아과학회(AAP)에서도 유아 변비에 1차 치료로 권고하는 약이라고 하셨다.
"엄마들이 약 먹이는 거 많이 걱정하시는데, 변비를 방치하면 아이가 배변 자체를 두려워하게 됩니다. 그게 더 큰 문제예요."
약을 먹이기 시작한 후
처방대로 매일 아침 한 번 물에 타서 먹였다. 맛이 없다고 해서 걱정했는데, 의외로 꿀달이가 잘 먹었다. 물에 타면 좀 달달한 맛이 나나 보다.
3일째부터 효과가 나타났다. 변이 부드러워졌다. 아이가 변 볼 때 안 울었다. 그게 제일 컸다. 변보면서 안 우는 게. 한 달 전만 해도 변기만 보면 도망가던 아이가 자기가 가서 앉더라.
선생님이 "최소 3개월은 꾸준히 먹이세요. 아이가 배변이 안 아프다는 걸 몸으로 기억해야 합니다"라고 하셨다. 그래서 3개월 먹였다.
3개월 후에 서서히 양을 줄이면서 끊었다. 지금은 약 없이도 이틀에 한 번은 본다. 딱딱하지도 않다. 완벽하진 않지만 예전에 비하면 천지차이다.
약 먹이는 거에 대한 주변 반응
시어머니한테 말씀드렸더니 "그런 거 약까지 먹여야 하나, 고구마 많이 먹이면 되지"라고 하셨다. 6개월간 고구마 실컷 먹였는데 안 됐다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납득이 안 되신 것 같았다.
친정엄마도 "옛날엔 그런 약 없이도 다 컸다"고 하셨다. 맞다. 근데 옛날에 배 아프면서 울면서 변 보던 아이들이 있었을 거고, 그 아이들이 편했을 리는 없다.
맘카페에서도 "약 먹이는 거 안 좋지 않나요?" "자연식으로 해결해야지"라는 댓글을 여러 번 봤다. 이해한다. 나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으니까. 근데 자연식으로 6개월 했는데 안 되면,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.
또용이는 다행히
또용이는 19개월인데 지금까지 변비가 심하지 않다. 매일 보지는 않지만 이틀에 한 번은 보고, 변이 딱딱하진 않다. 아이마다 장이 다른 것 같다. 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왔는데 이렇게 다르다.
근데 혹시 모르니까 또용이한테는 물을 좀 더 신경 써서 먹이고 있다. 고구마도 간식으로 주고. 꿀달이 때처럼 악순환이 시작되기 전에 잡는 게 나으니까.
이 글을 쓰는 이유
비슷한 고민하는 엄마들이 분명히 있을 거다. 아이 변비가 심한데, 약을 먹이자니 걱정되고, 안 먹이자니 아이가 고통스러워하고.
내 경험으로 말하면, 소아과 처방은 효과가 있었다. 아이의 고통이 줄었고, 배변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다. 물론 모든 아이한테 같은 약이 맞는 건 아니니까 반드시 소아과 상담 후에 결정해야 한다.
한 가지 더. 변비 때문에 소아과 가는 거 부끄럽지 않다. 아이가 매번 울면서 변을 보는데 그걸 방치하는 게 더 문제다. 나는 더 일찍 갔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. 6개월이나 고구마만 먹이면서 버틴 게 후회된다.
꿀달이는 이제 화장실에 잘 간다. 가끔 변 보고 나서 "엄마, 나 똥 쌌어!"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. 그 한마디가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.